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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의 홍어는 하나님의 것이다, 할렐루야!

by 9km 2022. 10. 3.

수리남의 한 장면

지금 좀 급한데,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가장이 된 인구는 학생 때부터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그에겐 먹여살려야 할 어린 두 동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야 했기에 집안을 비우는 일이 잦아진 인구는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난장판이 되어버린 거실을 보며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필자는 여기가 수리남 1화의 킬링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전화번호 수첩을 뒤적이며 자기를 좋아한다고 했던 여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결혼을 하자고 하는 장면은 지금으로써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왠지 그 시절에는 가능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실소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그의 전화에 응답하여 실제로 결혼을 하려 짐을 싸 들고 온 여자가 있었다. 그렇다, 그렇게 인구는 결혼을 하게 된다.

손발이 열 개라도 모자라

훌륭한 아내와 결혼을 한 탓에 동생들은 무사히 졸업을 마쳤고 인구에게는 자식 둘이 생겼다. 너무나 기뻤지만 식솔이 늘어나 미친 듯이 일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해서는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고민이 많아지는 인구. 인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즈음 학교 동창 응수가 인구의 일터에 찾아온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과 시장 골목 식당에서 회포를 풀고 있는데 응수가 자기가 인구를 찾아오게 된 진짜 이유를 말한다. 그들이 지금 먹고 있는 홍어를 수리남이라는 나라에서 저렴하게 가져와 한국에 팔면 떼돈을 벌 수 있는데 그 사업 파트너로 인구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이다. 인구는 학창 시절 상당히 멍청했던 응수가 못 미더웠지만 도전해 볼 만하다 생각하여 하고 있는 사업을 접고 수리남에 가기로 결정한다.

 

Bring me Five thousand dollars a month

수리남에 가자마자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인구 일행. 홍어도 눈으로 확인했고 이제 남은 건 그걸 한국으로 보내 돈을 긁어모을 일만 남았다. 신난 마음에 그날 밤 클럽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데 그 지역을 꽉 잡고 있는 중국 조직의 두목 첸진의 부하들이 인구와 응수를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운동으로 단련된 인구였지만 총을 들고 있는 그들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이 요구한 매달 5천 달러를 주게 된다면 이 사업은 하나 마나 한 쓸모없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등장

분하고 억울했지만 이 위기를 돌파할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암울한 상황에도 인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내의 요구로 수리남에 있는 어느 한인 교회에 방문하게 된다. 인구와 응수가 교회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는 이미 목사의 설교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그들은 인구의 아내에게 보내줄 인증 사진만 찍고 나갈 생각이었는지라 재빨리 자리에 앉아 기도하는 인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살며시 걸어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목사는 특유의 언변을 행사하여 신도들의 이목을 인구 일행에게 집중시켜 다시 자리로 불러드린다. 목사의 설교가 끝난 뒤 그들은 목사의 방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지금 현재 위기에 봉착한 사업 이야기까지 하게 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목사는 인구 일행의 사업을 방해하는 주요 인물을 알고 있었고 또 그걸 해결해 줄 것같은 느낌을 풍긴다. 인구와 응수는 칠흑 같은 어둠에 한 줄기 빛을 본 느낌이다.

그거 제 물건 아니에요!

목사는 실제로 중국 조직의 본거지로 찾아가 홍어 사업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고 그 일로 인해 인구와 응수는 목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홍어를 배에 실어 한국으로 보내고 푸근한 밤을 보내고 있을 때, 어디선가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다급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들의 홍어를 실은 배의 선장이었다. 선장은 인구가 보낸 홍어에서 코카인이 들어있는 게 적발되어 자신도 조사받고 이제야 풀려났다는 이야기를 한다. 당황한 인구는 다시 목사에게 전화를 걸면서 목사와 인구의 피 튀기는 싸움이 시작된다.

이거 너무 짧은거 아냐

총 여섯 편의 드라마를 하루 동안 전부 봐 버렸다. 에피소드가 많았다면 며칠에 나눠서 볼 법도 했지만 한 편 한 편 볼 때마다 "에이 얼마 안 남았네"라며 자기 전까지 계속 보게 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고 했나, 전요한 목사가 실존했던 인물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충격적인 소재였고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들이 포진되어 있는 출연진들은 볼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생각되었다. 마지막 화에서는 비행기로 코카인을 실어 푸에르토리코로 날아가 거래를 하려던 전요한 목사 일당이 소탕되는 장면은 뭔가 '이제 이 드라마를 끝내야 해'라며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요새 뉴스를 보면 더 이상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이 시국에 긴장감을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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